어느 주제를 다루는 책이든, 1장에는 보통 그것의 역사가 들어가곤 한다.
그게 참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, 시간이 지나 나도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될 때면 항상 길고 긴 서론을 먼저 작성해버리곤 한다.
아마 그것이 갖는 심오함과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최대한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, 그것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.
아무튼, 처음이기도 하니 이번 글에서는 생명과 세포의 정의, 그리고 그것들의 기원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 볼 것이다.
1. 생명의 정의 (Definition of the life)
생명이란 무엇인가? 필자가 생각하기에 생명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는 다음과 같다.
Life is a chemical system capable of Darwinian evolution.
생명은 다윈 진화가 가능한 화학적 시스템이다.
즉, 생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'화학적 시스템(Chemical system)'과 '다윈 진화(Darwinian evolution)'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.
하지만 이들을 상세히 다루는 건 '세포생물학'의 범위를 벗어난다. 각각 생화학(Biochemistry)과 진화생물학(Evolutionary biology)의 영역이다.
때문에, 일단은 모호하게 정의해두자.
여기서 말하는 화학적 시스템이란 다양한 화학 물질이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일련의 계를 말한다. 소금이 물에 용해되는 것도, 한 분자가 다른 분자와 결합해 구조가 바뀌는 것도 모두 국소적인 화학적 시스템이다.
다윈 진화란 자연선택(Netural selection)에 의한 진화를 말한다. 하나의 화학적 시스템이 자연선택을 겪기 위해서는 그것이 스스로 복제하며, 오류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. 즉, 자기 복제(Self-replication)와 자기 교정(Self-correct)이 가능해야 한다.
그러므로, 생명의 정의를 좀 풀어서 설명하자면, 자기 복제와 자기 교정이 가능해 자연 선택을 겪는 일련의 화학적 시스템, 이라 말할 수 있다.
2. 생명의 기원 (Origin of the life)
계(System)는 계 내부와 주위(Surroundings)를 구분하는 경계가 필요하다. 생명체라는 화학적 시스템에서 경계의 역할은 막(Membrane)이 수행한다.
막의 내부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반응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, 이들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. 막은 이 시스템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붕괴되는 걸 막아준다.
막으로 둘러싸인 이 시스템을 우리는 세포(Cell)라 부르고, 세포생물학은 세포 내 화학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.
세포의 막을 특히 세포막(Plasma membrane, Cell membrane)이라 부르며,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 내 부분을 세포질(Cytoplasm)이라 부른다.

세포의 막 시스템은 물(Water)과 인지질(Phospholipid), 두 물질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. 인지질은 양쪽성 물질이라 친수성 부분과 소수성 부분을 모두 갖고 있는데, 이는 물에서 인지질이 이중층으로 클러스터(Cluster)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.
클러스터를 형성한 인지질은 그 자체로 막이 되어, 클러스터 내부와 외부를 분리한다. 이것이 원시 세포의 기원 중 하나인 리포솜(Liposome)이다.―다른 두 가지 원시 세포의 기원은 코아세르베이트(Coacervate)와 마이크로스피어(Microsphere)이다.
막 구조를 형성한 원시 세포는 외부와 거의 격리된 내부 환경을 갖는다. 때문에 내부 화학적 시스템은 불완전한 화학반응을 계속할 수 있고, 고분자 유기화합물의 합성 → 유전 물질의 합성 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.

최초의 유전 물질은 RNA라고 여겨지는데, 이는 RNA가 유전 암호를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효소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즉, RNA는 자기 복제를 수행할 수 있는 유전물질이다.
최초의 유전 물질이 RNA라는 가설을 RNA 세계(RNA world) 가설이라 부른다.

시간이 지나, 유전 물질을 가진 원시 세포는 현생생물의 공통 조상인 LUCA(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of all organisms)로 진화했다. 그 후 우리가 아는 다양한 생물군으로의 분화가 시작되었다.
생명의 기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'origin of life', 'abiogenesis'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좋을 것이다.
3. 생명의 특성 (Feature of the life)
같은 기원을 뿌리로 한 모든 현생 생물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특성을 지닌다.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, 이 특성을 가져야지만 생명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.
이 특성들은 생명체가 보통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일 뿐, 생명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. 생명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위에서 언급한 것으로 충분하다.
1) 유전 정보의 저장 :
세포는 DNA에 유전 정보를 저장한다. 바로 다음 글에서 세포가 어떻게 유전 물질을 저장하는지 다룰 것이다.
2) 내부 환경의 유지 :
세포는 내부 환경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지한다. 이를 위한 정말 많은 조절 기전이 존재하는데, 앞으로 꾸준히 언급될 것이다.
3) 외부 환경의 감지 :
세포는 꾸준히 감지 기관을 진화시켜왔고, 종래에는 눈과 같이 아주 복잡한 기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.
4) 세포 내/외 분자 흐름의 조절 :
세포는 내/외로 분자가 흐르는 걸 조절해 항상성(Homeostesis)을 유지한다. 이를 위해 세포막에는 다양한 통로가 존재한다.
5) 화학반응 촉매 :
세포는 생명 활동을 위해 화학반응을 촉매한다. 이때 효소(Enzyme)가 사용된다.
6) 에너지의 생산 :
세포는 이용가능한 형태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용한다. 주로 ATP를 사용한다.
7) 생체 분자의 합성 :
세포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생체 분자를 스스로 합성해 낼 수 있다. 이때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.
8) 정보 흐름의 조절 :
세포는 다른 세포와 여러 가지 형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.
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세포는 정말 다양한 기전을 갖고 있으며, 이 기전들은 서로 아주아주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.
이번 글에서는 생명과 세포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다뤄보았다.
다음 글에서는 세포의 유전 물질인 DNA에 대해 다뤄볼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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